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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wbest@tistory.com 2026. 2. 4.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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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오은과 이야기하다가 여행에 관한 인상적 이야기를 들었다. 떠나는 걸 좋아하는 방랑 기질의 다른 시인들과 달리, 그는 예측 불가능함을 못 견딘다고 했다. 그래서 자주 하는 게 동네 산책이라고 했다. “근데 제 시선이 대개의 어른들보다 많이 낮아요.”

덕분에 시인은 낮은 곳에 위치하는 것들을 본다. 가령 쓰레기 수거함이라든가 누군가의 집 앞에 놓인 화분이나 책더미 같은 것들.

소설가 정이현에게 '사랑'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이전에는 사랑이 큰따옴표 같은 것이었다면 지금은 작은따옴표처럼 느껴진다는 거였다. 아이를 낳고 나서 생긴 변화라고 했다. 아이들은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서툴러 언제나 언어 이상의 것을 읽어야 한다.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매번 짐작하고 사려 깊어져야 한다는 것을 그녀는 '작은따옴표'라는 말로 표현했다.

여행가 오소희의 책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를 읽으며 세 살 아이와 엄마의 관점 차이를 느꼈다. 아이는 엄마가 보고 싶어 했던 옛 술탄의 삶에는 관심이 없었고, 엄마는 아이가 보고자 했던 구석에 핀 들꽃에 관심이 없었다. 모자간 불협화음은 여행 내내 일어난다. 하지만 아이의 보폭이 좁고 느려서 결국 엄마가 걸음을 멈추고 보게 되는 것들 속엔 뜻밖의 것이 놓여 있었다.

가난한 소년이 호숫가에 띄운 녹슨 양철 배, 아이가 친구 삼아 노는 소년의 슬리퍼에 뚫린 구멍, 흙을 물어 무너진 집을 복원하는 개미들의 눈물겨운 노력과 새와 나무 사이에서 윙윙대는 파리, 너무 작고, 조용하고, 낡아서 평소의 자신이었다면 볼 수 없었던 것들이 아이 눈에는 가득 담겨 있었다.

세 살 조카의 손을 잡고 강변을 걷던 여름날이 떠올랐다. 개미와 거미, 딱정벌레가 기어다니는 뜻밖의 세상을 보았다. 주저앉아 올려다본 하늘이 얼마나 더 깊은지에 대해서도. 이 세 사람의 놀라운 이야기를 듣고 읽다가, 낮아져야 보이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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