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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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wbest@tistory.com 2026. 2. 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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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2월의 31일, 새 천 년이 열린다는 기대 때문에 사람들이 유달리 들떠있던 해였다. 힘차게 떠오르는 해를 보기 위해 동해로 가고 싶었다. 지는 해를 보기 위해 서해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 친구 덕분에 엉뚱한 곳에 가긴 했지만. 결국 우리는 뜻밖의 장소를 발견했다. 일출과 일몰 모두 볼 수 있는 충남 당진의 한 작은 마을이었다.

왜목마을. 이름도 예쁜 그곳에 가기 위해 서둘렀건만, 각지에서 온 차가 너무 많았다. 바닷가에 당도하지도 못한 채 차에서 밤을 맞았다. 새해 첫날엔 피곤 때문인지 늦잠으로 일출을 보지 못했다. 서울로 돌아와 '박하사탕'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봤는데, 2000년 1월 1일 개봉한 그 영화는 예상과 다르게 자꾸만 과거로 회귀하는 영화였다.

되는 게 하나도 없던 20대였다. 대학에도, 회사에도, 신춘문예에도 떨어지기만 했다. 밀레니엄이 열리면 새 인생이 펼쳐질 거란 기대가 그래서 컸다. 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은 철도 한복판에 서서 "나 다시 돌아 갈래!"를 울부짖고 있었다. 돌아가고 싶은 과거가 없는 나는 멍해졌다. 새 천 년이 다가왔지만 나는 미래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것 같았다. 새해부터 꼬여버린 계획 때문인지 그 후로도 오랫동안 백수 생활을 지속했다.

이전에는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에 새해, 새봄, 새 학기가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다. 언젠가부터 거창한 새해 계획은 세우지 않게 됐다.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아버린 탓도 크다. 물론 시작에 대한 열망이 사라진 건 아니다. 다만 시간에 대한 관념이 달라진 것이다. 이제는 하나의 행위를 할 때, 그것이 미래에 가져올 결과보다는 행위 자체에 더 집중하려 노력한다. 오늘은 최대한 꼼꼼하게 살되, 인생은 흘러가는 대로 놔두자가 되었다고 할까.

시인 정현종의 말처럼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다.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 말이다. 남도에 꽃이 피기 시작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봄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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