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치르기 위해 고향으로 가는 차량들이 도로를 가득 채우는 모습은 한국과 중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J.D 밴스가 쓴 책 '힐빌리의 노래'에는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다음 날 켄터키나 테네시의 고속도로를 가득 메운 오하이오주(州), 인디애나주, 미시간주 자동차 번호판을 다룬 장면이 나온다. 태어난 강(江)으로 회귀하는 연어 떼처럼, 고향에서 명절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이주자들의 자동차 풍경이다.
연어가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성향을 '모천회귀(母川回歸) 본능'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 먼바다에서 고향의 강으로 다시 돌아오는 회귀율은 미미하다. 대부분 성장하면서 새나 다른 물고기에게 잡아먹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열 시간이나 걸렸던 부산행 귀성길에서 "미국 가는 거나 집에 가는 거나 그게 그거네"라는 자조 섞인 말을 할지라도 말이다. 그나마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내가 유년기를 보냈던 곳은 서울 강변의 오래된 아파트였다. 멀리 떠나온 지 오래지만, 내 기억 속에는 아직도 큰 전나무가 그곳에 있다. 재건축이 시작되면 40년이 넘은 그 나무들은 어떻게 될까 가끔 생각한다. '안녕 둔촌아파트'는 서울 강동구 둔촌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자란 세대가 재건축으로 사라지는 각자의 추억을 글과 사진으로 남긴 책이다. 책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특정 향기를 맡고 옛 기억을 떠올리는 걸 '프루스트 현상'이라고 한단다. (…) 매년 봄이면 늘 맡게 되는 라일락 향기에 나의 어릴 적 고향의 기억을 묶어 놓았으니 이 모든 것이 사라져도 어릴 적 달리던 그 길의 풍경들과 순간들을 나는 영원히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100년 후, 서울에 유명인의 생가가 명소로 남을 일이 있을까. 대부분 아파트에 살았으니 거의 재건축으로 사라지지 않을까. 어릴 적 아파트를 누군가는 콘크리트 숲이라 불렀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는 유년의 그 고향이 내내 그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