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성격 때문에 경찰견 선발에서 탈락한 훈련견(犬)의 이야기를 읽었다. 개의 이름은 가벨. 탈락 이유는 지나친 사교성이었다. 인명 구조와 범죄 탐지, 정찰 업무를 맡은 경찰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감정 억제다. 낯가림이 없고, 누구에게나 상냥한 가벨의 성격과는 전혀 맞지 않았던 것이다.
힘들게 훈련한 보람 없이 적성에 맞지 않아 직업을 잃게 된 가벨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러니하게 타고난 다정함 때문에 그는 '재취업'에 성공했다. 호주의 퀸즐랜드 주지사가 가벨을 관사를 지키는 개로 임명한 것이다. 이쯤 되면 견생(犬生) 역전이 아닐 수 없다.
살면서 직면하는 가장 힘든 선택 중 하나는 직업 선택이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까?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 확실한 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꿈꿨던 일이 아니라,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일을 하며 살게 된다는 거다. 선수들의 특징을 줄줄 외우고 있는 스포츠광(狂)이 스포츠용품 가게를 낸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다. 본인이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과 사람들에게 용품을 사게 하는 건 다른 영역의 문제다.
윌리엄 맥어스킬이 쓴 '냉정한 이타주의자'에 나오는 얘기다. 캐나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지금 본인이 열정을 쏟는 분야가 있느냐고 질문했다. 좋아하는 분야가 있다고 답한 84%의 학생 중 90%가 음악·스포츠·예술 분야에 관심을 표명했다. 흥미로운 건 음악이나 예술, 스포츠와 관련된 일자리는 전체의 불과 3% 정도라는 점이다.
이때 자신이 좋아하고 열정을 가진 분야에서 일하라는 조언은 독(毒)이 될 수도 있다는 게 맥어스킬의 말이다.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는 일은 생각보다 자주 바뀐다.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는 사람들의 관심사가 생각보다 훨씬 자주 변하기 때문에 절대 과대평가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불과 10년 전, 우리가 가졌던 관심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만 돌이켜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연구 결과다. 주지사견 가벨은 운이 좋다. 좋아하면서 잘하는 직업을 갖고, 행복하게 사는 것은 희귀하기 때문이다.